공유공간 open space
종이 위에 그어졌던 선이 있다. 획은 이어지고 나뉘고 배열되기를 반복한다. 완결된 도형은 하나의 구역이다.
평평해진 대지가 준비되면 종이 위에 그어졌던 선은 땅 위의 경계가 된다.
종이 위의 도형은 현실의 건물이 되고, 공간이 되고, 길과 도로가 된다.
완결된 도시의 모습에서 그 이면의 것들까지 어떻게 작품으로 담을 수 있을까. 도시의 삶과 사람들의 형태를 보고자 했던 작업적 관심은 도시와 도로가 놓이기 전과 그 과정과 도시 건설의 절차들로 확장되었다. 보도-만다라 작품의 완결된 형태는 작업 과정에서 내가 체험했고 담고자하는 부분들, 생각이 뻗어나가는 지점까지 온전히 가닿기 어렵게 하였으므로 여러 가지 문서나 설계도, 설치 방식 등 양식의 다변화를 시도했다.
보도-만다라 작업과 함께 공간이 계획되고 설계되었을 처음의 생각을 추적, 현재의 모습에서부터 거꾸로 설계도를 그려나가고, 가로수가 심어지는 과정을 담은 회화, 아스팔트 도로가 깔리는 과정 상의 공사시방서류들과 함께 행렬도의 모습을 그려 파이프로 세웠다. 거리를 걷고 관찰하는 관찰자 시점의 본인의 발자취를 걸음 속도의 메트로놈 소리로, 광원의 이동을 움직이는 조명을 통해 작품에 더하는 공간 설치도 시도했다. 용두동 지역을 대상으로 인도의 너비, 높이, 사용된 자재와 도로의 구성 등을 측정, 리서치를 기반으로 도로 공사에 존재했을 시방서를 작성하는 텍스트 작업과 리서치의 평균적인 수치들을 주운 문짝 위에 작업하여 주운 땅을 만들었다.
도시는 많은 사람이 한데 모여 살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모습이다. 합리적이며 유용하고 치밀하다. 도시는 수많은 단계와 공정을 거쳐 건설된다. 상위 단계에서 하위단계까지 점차적으로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있으며, 경도나 높이나 균일성, 수밀성 등 갖추어야 하는 정도가 지정되어있다. 계획대로 실현된 우리의 주거지는 계획이 바뀌기 전까지는 보수를 거듭하며 처음의 모습을 유지한다. 새로운 계획은 수립되고 시공되면 이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어지기도 한다. 원하는 바를 계획서로 남기고 결정된 사항은 적당한 때에 실행되는, 변천과 현상유지가 공존하며 조금씩 계속 바뀌어나가는 곳이다. 어떤 자리에 놓이기로 계획된 것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놓여짐으로써 만들어 지는 곳이다.
그러한 실제의 규정들, 갖춰야하는 경도와 조건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실제로 알고 측정하는 것을 기반으로 시각적 표현을 진행했던 것이 ‘보도’에서 보다 확장된 ‘Open space 공유공간’의 작품들이다.